내 생각은 이렇다. 하이티가 뭐 별건가 !
하이티 또는 에프터눈티를 먹는 행위자체가 아주 옛날 영국 귀부인 아쥠들의 저녁식사전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 요즘 시대에 에프터눈티는 늦은 오후 가장 쾌적한 장소에서 수다를 떨면서 맛으로 먹고 눈으로 먹는 한량들을 위한 간식거리 정도로 생각한다.
한국에서야 매일같이 출근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오후의 한가한 여유는 거의 느낄 틈이 없고 간혹 쓰는 주중의 휴무엔 밀린 잠을 오후 늦게 까지 자 주시느라 정신 차릴 틈이 없다. 게다가 애인도 없는것이 주말이라고 별 수 있나! 주말엔 북적대는 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이집 저집 커피 쓴물이나 들이키며 커피맛이나 커피위의 크레마 따위를 혹평하는것이 다이다. 간혹 커피 맛있는 집도 금새 유명새 타고 나버리면 커피맛이 변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만큼은 꼭 이런 부담스러울만큼 양이 많고 화려하고 수다떨며 치루기엔 약간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는 ... 한량짓을 일정중 한번은 반드시 하고 만다. 내가 이짓을 좋아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스콘과 홍차가 좋아서 이지만 , 그것 보다도 이 3탄 트레이가 우아하게 한 판 잘 차려지고 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꽉 찬 쾌감을 느낀다. 어쨌거나 트레이안의 내용물은 보기만 예쁘면 되고 ,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만 맛있으면 다른맛은 다 용서된다.
사설이 길었다.
지난 휴가에 마닐라로 향하던 기내에서 기내지를 보았는데 마침 주제가 " 하이티" 였고 , 필리핀의 유일한 엡터눈티는 페닌슐라 호텔 로비에서 ! 라고만 알고 있었던 나는 "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 " 로비 라운지 카페의 색다른 모습에 필이 꽂히고야 말았다. 가보고야 말리라. 색다른 스콘 먹어보고 싶어.
쏟아지는 비바람을 헤치고 숙소였던 에드사 샹그릴라 호텔에서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까지 이동.예약따윈 필요없다. 홍콩처럼 에프터눈티가 유명한것도 아니고 방콕처럼 상품화 시키는 나라도 아니니 ... 게다가 호텔 로비 카페에 사람이 꽉 찰 일도 없거니와.
기본 셋팅. 늘 하는 짓이지만 식기가 어느 브랜드인지 뒤집어 까본다.
까보니 " 웻지우드 " 네~
페닌슐라는 로얄민튼 이었는데 .
화장지 1장처럼 얇디 얇은 지식의 소유자인 나.
어느것이 더 좋고 비싼건지는 모르나 둘다 좋은 것이라는건 안다.
은식기의 은함량수치도 확인한다.
그러나 생각은 안난다. ㅋㅋㅋㅋ
이 와중에 차 따라주시는 로비의 언니가 너무 우아해 주신다.
얍실한 실루엣과 커다란 눈망울.가는 허리가 천상 여자다.
웻지우드의 티팟이 내 볼따구 처럼 통통하니 정감있고 귀엽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나의 볼)
요봐라. 귀엽쥐 ~ ^^
트레디셔널 하이티셋트와 필리피노 하이티셋트를 시켜보았다.
원래 이런데서는 무조건 트레디셔널 시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에 ^^;;
요 아이는 꼭 예전에 엄마가 만들어주던 계란빵 같은 맛이 나는데
필리핀 사람들이 명절에 부쳐먹는 필리핀식 팬케익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
맛이 괜찮은 편이다.
저 안에 든건 오트밀슾인데 난 정말 오트밀슾 싫다.
나머지 애들은 난 손도 안데서 맛을 잘 모른다.
이거 무슨 슾인데 크림베이스이고 왼쪽은 필리핀 전통 빵인 판데쌀 (pan de sal ) 이다. 판데쌀은 밀가루와 쌀가루를 베이스로 하여 약간의 소금만으로 간을 맞춰 만든 빵인데 저거 막 구운 뜨근뜨근한 빵을 아무런 잼이나 버터 없이 20개 까지 먹었던 기록이 있다. 이러니 볼따구가 웻지우드 티팟처럼 부풀어 오르지요.
연어. 비프. 오이 핑거 샌드위치는 트래디셔널 셋에 나오는건데 저렇게 핫도그마냥 꽂지 말고 이왕이면 펼쳐서
두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그런데 샌드위치는 금방 표면이 마르는데 저렇게 꽂아두니깐 표면이 금방 마르지 않아서
좋았다. 역시 장단이 있다.
주로 내가 손대지 않는 아이들인데. 치즈케익 , 초코케익 같은거랑 과일타르트다.
짜짜자잔.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콘과 클로티드크림&딸기잼.
스콘은 진짜 작아서 성질이 확 날뻔 했지만 워낙에 맛있게 잘 구워진데다가
허리부분이 정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스탈로 쫙 갈라져 있어서 너무 기뻤다.
클로티드크림은 클로티드크림이 아니라 그냥 유지방 들어있는 생크림이어서
또 성질이 확 날뻔 했지만 쨈이랑 같이 발라먹으니 맛있어서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렇게 얘네둘이 보고 있으니깐 그때 생각이 마구난다.
그리고 그땐 배부르다고 손도 안대던 것들도 다시 먹고싶다 .
또 그때 스콘을 왜 더 추가로 안시켜 먹었는지 막 후회도 된다. ^^;;
그때 당시엔 페닌슐라 티셋이랑 비교만 하며 투덜 거렸는데 지금 보니깐
페닌슐라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은데다가
저기 은은하게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듣기도 좋았고
자리 싸움도 없었던 것이 여유로운 한량짓에 아주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차종류가 부실하고 차맛이 좀 떨어진다.
그점은 크게 단점으로 작용하니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단순히 티셋의 맛 + 홍차의 맛으로 비교하자만 페닌슐라가 압승이지만
서빙하는 사람이 페닌슐라가 나이든 아저씨인데 반해 저기는 예쁜 세뇨리따이고
페닌슐라는 예약안하면 못 먹는 날도 있지만 샹그릴라는 그럴 일도 없고
게다가 창도 크고 분위기도 훨씬 밝아서 앞으로는 두곳 다 이용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역쉬 수다는 엡터눈티와 함께 ~ ^^
마카티 샹그릴라 로비카페 하이티셋 가격은 590 ++
1셋트만 주문하고 티만 추가 가능합니다.
페닌슐라와 샹그릴라 둘중에 꼭 하나만 추천하라고 하면
양도 더 많고 가격이 싸면서도 차종류가 훨씬 많은 페닌슐라.
고민하지 마시라고 알려드려요~